시한편. 고운 산길 #변영로

알 수 없는 사용자 2018. 4. 26. 16:26
<고운 산길>

비 끝에 개인 하늘 물들듯이 푸른 빛을
나뭇잎 겨르며도 제철 일러 수줍은 듯
열부어 더욱 짙은 채 더욱 고와 뵈더라.

뫼 빛도 곱거니와 엷은 안개 더 고와라
고달퍼만 걸음 뜨랴 빨리 걸어 무삼하리
늘잡다 올 길 늦기로 탓할 줄이 있으랴.

골마다 기슭마다 뿌린듯한 붉은 꽃들
제대로도 고운 뫼를 헤팔리도 꾸몄고야
어느 뉘 집에 묻히랴 집 삼을가 하노라.

〈僧伽寺[승가사] 길에〉
—「詩文學[시문학]」, 1930. 5

> 변영로 지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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