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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난계(寒暖計) 윤동주

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. 3. 26. 08:0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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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난계(寒暖計)

윤동주

싸늘한 대리석(大理石)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맨 한난계(寒暖計),
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(運命)한 오척육촌(五尺六寸)의 허리 가는
수은주(水銀柱),
마음은 유리관(琉璃管)보다 맑소이다.
혈관(血管)이 단조(單調)로워 신경질(神經質)인 여론동물(輿論動物),
가끔 분수(噴水)같은 냉(冷)침을 억지로 삼키기에
정력(精力)을 낭비(浪費)합니다.
영하(零下)로 손가락질 할 수돌네 방(房)처럼 추운 겨울보다
해바라기 만발(滿發)한 팔월교정(八月校庭)이 이상(理想) 곱소이다.
피끓을 그날이―
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.
동저고리 바람에 언덕으로, 숲으로 하시구려―
이렇게 가만 가만 혼자서 귓속이야기를 하였습니다.
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―
나는 아마도 진실(眞實)한 세기(世紀)의 계절(季節)을 따라―
하늘만 보이는 울타리 안을 뛰쳐,
역사(歷史)같은 포지션을 지켜야 봅니다.

한난계(寒暖計)
북한어로 온도계의 뜻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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