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난계(寒暖計) 윤동주
한난계(寒暖計) 윤동주 싸늘한 대리석(大理石) 기둥에 모가지를 비틀어맨 한난계(寒暖計), 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(運命)한 오척육촌(五尺六寸)의 허리 가는 수은주(水銀柱), 마음은 유리관(琉璃管)보다 맑소이다. 혈관(血管)이 단조(單調)로워 신경질(神經質)인 여론동물(輿論動物), 가끔 분수(噴水)같은 냉(冷)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(精力)을 낭비(浪費)합니다. 영하(零下)로 손가락질 할 수돌네 방(房)처럼 추운 겨울보다 해바라기 만발(滿發)한 팔월교정(八月校庭)이 이상(理想) 곱소이다. 피끓을 그날이― 어제는 막 소낙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좋은 날씨올시다. 동저고리 바람에 언덕으로, 숲으로 하시구려― 이렇게 가만 가만 혼자서 귓속이야기를 하였습니다. 나는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― 나는 아마도 진실(眞..
시
2020. 3. 26. 08:04