기억(記憶)
달 아래 싀멋없이 섰던 그 여자,
서 있던 그 여자의 해쓱한 얼굴,
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.
다시금 실벗듯한 가지 아래서
시커먼 머리길은 반짝거리며.
다시금 하룻밤의 식는 강물을,
평양의 긴 단장은 스ㅊ고 가던 때.
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!
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
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
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
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었던 때.
다시금 고즈넉한 성밖 골목의
사월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
한두 개 등불 빛은 울어새던 때,
오오 그 싀멋없이 섰던 여자여!
> 김소월 지음
> 글 출처- 공유마당(어문>시>자유시(현대시)
> 이미지 출처- 무료 이미지-픽사베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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